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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는사람들 2009년 11/12월호 기사내용
Home > Korean UMC > 자료 및 정보 > 어린이/청소년 > 숲과 같은 사람 만들기

숲과 같은 사람 만들기: 2세 교육에 관하여

 
20세기의 가장 대표적 현인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인류역사의 발전 동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To live, to live well, to live better." 다시 말해 인간은 자신을 압도하는 낯선 환경에 처했을 때, 생존하기 위해 온 힘을 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상태를 벗어나면 인간은 생존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추구한다. 이런 풍요로운 삶에 대한 기준은 끊임없이 높아져서 한 인간과 전체 인류의 역사는 숨을 쉬는 한 과거보다도, 또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잘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혜안은 마치 미국 이민생활을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 같다. 이질적인 문화와 언어를 마땅히 져야할 질곡으로 여기며 자존심을 접었던 생존의 시대가 지나고, 약간의 풍요와 여유가 우리에게 왔을 때, 우리는 벌써 좀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좀 더 잘 사는 것, 다시 말해 모든 사람들이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나는 목사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담한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삶과 생각의 패턴들을 발견하곤 한다. 내가 많이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 교회 성도들을 포함한 교포들과 아시안 계통의 2-3세대 대학생들과 우리 교단의 미국인 목사님들이다. 묘하게도 이 각각의 그룹은 나로 하여금 다른 그룹들을 내가 평소에 지녔던 관점에서 벗어나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도움 속에서 세 그룹을 살펴볼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각각의 그룹이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개념의 차이다. 특히 한인 부모와 우리 2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는 아주 쉽게 무시와 분노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예일대학 학부에 재학 중인 50여 명의 한인 2-3세대(중국인 2-3세대 포함)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미래의 향방, 부모와의 갈등, 그리고 시간 사용의 우선순위이다. 많은 상담을 하지만 상담 내용 중 80% 이상은 이 셋 중의 하나이다. 이 중에서도 부모와의 갈등은 학생들을 가장 긴장하게 하고 낙담하게 하는 요인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나는 다음의 몇 가지를 들어 우리 한인 부모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자녀 교육의 문제점들을 제시해 보고 싶다.

1. 조급증: 재기는 없다?

부동의 세계 1위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는 최근 리복이나 아디나스가 아닌 게임업체 닌텐도를 경쟁상대로 규정했다. 그 이유는 고객의 '시간 점유율' 이었다. 나이키의 주 타깃인 청소년들이 닌텐도 게임에 몰두하면서 그만큼 운동을 즐기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끔씩 우리의 적은 역설처럼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스피드 시대라고 해서 우리는 무엇이든지 빨리 빨리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와 행동이 실제로는 우리를 세우기보다는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바쁠수록 우리는 시계만을 들여다 보기보다는 가끔씩 나침판을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바쁘게 어디를 향하여 가는 것인가? 방향과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면 나의 달음질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우리 교포들을 포함한 현대인들은 많은 경우 나의 방향과 목적을 다른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에 두곤 한다. 하지만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베스트셀러는 무식한 사람들이 읽는 책이다"라고 비꼬는 말을 했다. 대중이 지지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나의 철학이 없이 살아가고 자식 교육을 시키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바라보면서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우리들의 삶에 30%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30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창조와 예술과 자기 성찰이 나오지 않겠는가? 나를 포함한 우리 교포들은 너무 바쁜 와중에 생존하기 위해 살다보니 30%의 여유는 그저 사치스러운 말처럼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삶의 패턴을 자식들에게도 은연 중 강요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일상의 삶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30%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강요의 틀 속에서 자라온 우리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면 부모들을 대화의 상대라기보다는 편협한 삶의 철학으로 무장한 옹고집의 사람으로 인식해 버린다. 의사나 변호사 이외의 직업은 행복을 '보장'할 수 없는 길로 치부해 버리고, 암묵적으로 '재기란 없다'라고 다그치는 부모들 앞에서 아이들은 가치관의 혼돈을 겪는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 부모들은 소유와 존재의 차이, 삶의 의미 등 다소 무겁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들 앞에 나를 세워야 할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우리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상상력(Imagination) 없는 획일성 

근세기에 들어 세계화를 가장 실감나게 설명한 사람은 뉴욕 타임즈 국제문제담당 칼럼리스트인 Thomas L. Friedman일 것이다. 그간 쓴 "Lexus and Olive Tree"와 "The World Is Flat"은 정치 경제를 잘 모르는 대중에게까지 세계화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유용한 책들이다(하지만 이 책들이 꼭 세계화를 정확히 잘 설명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의 책에서 일제 고급자동차 Lexus는 전 세계의 협조 속에서 만들어지는 세계화의 심볼이다. 반면 아랍국가들의 국기에 등장하는 Olive Tree는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없어지지 않는 민족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화 시대에도 각 민족의 정체성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후 몇 년 뒤에 출간된 The World Is Flat에서 Friedman은 세계화에 편승하지 못하는 정체성은 세계와 지역 사회에 해악이 된다는 다소 강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화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좁은 문화와 교육의 소산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단정한다.

이 세계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세계시민은 자기 고유의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사고와 삶을 흡수하는 유연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우리 교포들이 흔히들 자식교육의 결과로 보는 대학(university)이라는 단어 자체도 다양성(diverse) 속의 통일성(unified)이라는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이 시대에 맞는 교육의 목표는 고유성과 포용성, 다양성과 통일성을 아우르는 건전한 세계시민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우리 교포들의 삶을 들여다 볼 때, 교포사회 혹은 한국에서 직수입하는 문화 속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동안 포용성과 다양성의 능력이 심히 고갈되어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런 삶의 방식이 우리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에 익숙하지 못할수록, 상상력은 줄어든다. Friedman의 말처럼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 없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어떻게 상상력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 봐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3. 신앙교육의 필요성

누가는 예수님의 성장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예수는 그 지혜와 그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 사랑스러워 가시더라."(누가복음 2:52) 예수님은 지적(그 지혜), 신체적(그 키), 사회적(사람에게) 성장과 아울러 영적인(하나님과) 성장을 같이 하심으로 균형잡힌 성장을 이루셨다는 것이다.

영적인 성장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자체를 깊고 넓게 해준다. 세상교육이 중요시 하는 것은 부(wealth)와 효율성(efficiency)이다. 하지만 여기에 부족한 것은 비움과 나눔과 희생의 가치이다. 영적인 성장은 이런 가치들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 이런 성장이 없이 어찌 우리의 삶에 균형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많은 교포들은 영적성장이 세상의 부를 축척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연 이 생각은 옳은 생각인가? 언젠가 US New & World Report(2007년 5월 13일)에서는 미국 재계와 경영학계 리더들로부터 꼭 읽어야 할 경영서 다섯 권씩을 추천받았다. 그 책 중에는 응답자 모두가 추천한 책이 딱 한 권 있었는데 그것은 Good To Great 라는 책이었다. 스텐퍼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인 Jim Collins와 20명의 연구원들이 수년간에 걸쳐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을 밟힌 이 책은 우리에게 영적 성장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기업을 크게 성공시킨 CEO 들은 하나 같이 겸손하고 근면하며 희생적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 발견인가? '겸손' '근면' '희생'은 우리 기독교가 추구하는 영적성장의 열매들이 아닌가? 

필자는 우리 교포들이 자식교육과 관련하여 꽉 막힌 수학 공식과 같은 성공신화에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는 우리 교포 아이들이 숲과 같은 사람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숲은 그 속에서 기생하는 많은 작은 것들을 평화롭게 안아준다. 숲은 사시사철 시간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여유있게 수많은 변화와 조화를 이루어낸다. 그리고 숲은 청정하고 깊다. 그래서 그 속으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새로운 삶의 의지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글쓴이: 강원근 목사, 뉴헤이븐연합감리교회 CT
올린날: 2009년 10월 22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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