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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과 오늘의 신앙

 
"종교개혁은 바로 옆에 서있는 사람에게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고 멀리 떨어져서 보는 사람에게는 그 장엄함을 완전히 드러내는 마천루와 같다"(Lennart Pinomaa). 이처럼 오늘의 개신교도들에게 종교개혁은 초대교회의 이상적인 모델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제공해준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숙고하기 위해 먼저 종교개혁자들의 관심사를 들어보자.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을까?"(Martin Luther) "어떻게 구원에 이를 수 있는가?"(John Calvin)

우리는 종교개혁자들의 삶이 자신들의 시대 정황과 요청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과 이에 따라 성경을 연구하고 복음을 획득하는 일에 전념하였다는 것을 인지하여야 한다. 즉 그들은 사회적/종교적/정치적인 여러 가지 제약들에도 불구하고 삶을 정면으로 돌파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들에게는 그들이 던진 질문을 통해 얻어진 "칭의론"이나 "하나님의 주권과 성결한 삶" 같은 신학적인 내용들이 절대적이거나 우선적이지 않다. 이러한 사례는 바울의 신학을 논하면서 개별적인 서신들의 신학적인 특징을 밝히는데 주안점을 두어왔던 것과도 흡사하다. 로마서가 기독교 신학의 요체라고 불린다든가 교회론을 위해서는 어느 본문이 중요하다는 방식으로 성경을 읽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바울의 현실을 망각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신학자와 사상가 이전에 하나님의 구원이라는 경륜을 깨닫고 그 역사(이야기)에 참여하였던 일이 더욱 본래적이다. 그렇다면 종교개혁도 하나님 구원의 이야기로 읽히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이 경우 우리는 자칫 <16세기의 사건으로서> 종교개혁이라는 특수성을 상실할 수 있지만 반대로 교회의 본질과 사명이 구원의 완성이라는 차원에서 지속적인 갱신과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원리를 바르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중세는 철저히 계급사회였으며, 경제제도는 상호계약이라는 원리에 입각한 봉건제도였다. 십자군 전쟁은 서구세계를 상당한 정도 바꾸어 놓았으나, 종교개혁자들은 여전히 중세적인 틀 안에서 사유하고 있었다. 개인은 전체의 시각에서 해석되었으며, 교회는 공동체 이전에 하나의 단위였다. 교리와 신앙고백은 개인의 범주를 철저히 넘어선 것이었다. 객관적인 신앙과 그에 따른 구원의 보증이 사회적인 안전장치로 그 기능을 다하던 때, 종교개혁자들의 물음은 가장 본질적인 동시에 혁명적인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주어진 세계를 박찰 수 있었던 신앙은 오직 성령의 사역이었으며, 성경의 가르침은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개혁을 제도화된 사회가 만들어낸 산물로서 파악할 경우 우리는 개인의 자유와 삶의 의지를 향한 열정을 망각하기 쉬울뿐더러 더 나아가 이런 방식의 이해는 어떤 운동을 쉽게 "-주의"로 전락시켜 버리고 만다.

오히려 종교개혁자들에게 개인적인 차원의 신앙이란 세계를 향한 책임으로 드러났다. "개인의 변화를 통한 세계의 변혁"은 경건주의의 목표이기 이전에 종교개혁에 해당한다. 자신들이 사적으로 하나님의 사랑 안에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신학적이며 정치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령 그들이 완전한 삶이란 종말론적이라고 이해했다 하더라도-그런 점에서 여전히 중세 사람들이다-다음 세상의 삶이 진짜 인생이라며 언제나 현재를 뒤로 미루지는 않았다. 오늘의 신앙은 과거의 유산을 넘겨받는데 그치지 않는다. 참된 신앙은 자유를 갈망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동시대인들 역시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제도적 안전장치라는 거짓 신앙으로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며, 마땅히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에 책임적인 존재로 응답하는 것이어야 한다.

글쓴이: 이은재 교수, 감리교신학대학원
올린날: 2009년 10월 19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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