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사양 크리스천이 포스트모던 시대를 평가하는 데는 두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다원주의와 비선형적인 특성 때문에 기독교의 근간을 흔든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창조적인 접근 방식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보는 긍정적인 견해가 있습니다. 저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분기점에서 교육을 받은 세대이기에 양쪽 성향을 다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신앙적인 면에서 설명하자면 전통적인 방식으로(부흥회, 새벽기도, 철야기도, 기도원 등등) 예수님을 만나는 경험도 있었고, 요즘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각종 컨퍼런스나 찬양집회, 소그룹 성경공부, 선교단체를 통한 다변화된 방식으로도 하나님을 체험하는 일들이 중고등부와 청년부를 거치며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양쪽의 장점을 다 경험해 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독특한 세대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장점은 이전 세대와 새로운 세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해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저는 이전 세대와 다음 세대를 가교하는 책임감을 느끼며 부모 세대의 신앙 유산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하면 끊임없이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제가 좀 전에 '끊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용어가 바로 이 '끊김'이라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시대변화로 인해 전통적으로 해오던 목회 방식에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앞서나가는 서구교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목회 방식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예배학을 공부 중에 있는데 예배 형식에 있어서도 지난 20년간 혁신적인 변화들이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이전의 예배 방식을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전 세대가 보기에는 이것이 예배인가 싶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입니다.
예배의 기본 요소인 말씀, 기도, 봉헌, 찬송, 축도나 4중 구조(입례, 선포, 성례전, 파송) 중 오직 한, 두 가지만을 취하고 나머지 부분은 전혀 새로운 순서(드라마, 음악 공연, 비디오 상영, 치유 사역, 교제 등)들로 채워지는 형태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창조성을 허락하셨기 때문에 얼마든지 복음의 틀 안에서 새로운 것들이 시도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접근이 과거와의 단절을 가져오고, 오랜 신앙의 유산이 순식간에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는데 있습니다.
부모들이 자녀를 신앙으로 양육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다음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점점 사라진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동일한 신앙적 기준과 목표점이 있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리며 양육할 수 있는데, 자유주의와 포용력을 위시한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동성연애와 혼전 성관계, 윤리 의식에 있어 매우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기에 대화의 벽을 느끼게 됩니다.
기초가 되는 것들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전통적인 가치관에 혼동이 생기면 자녀들을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이민 생활이 어렵고 분주하여 청소년기에 양육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이후에는 거대한 포스트모더니즘의 물결에 휩쓸려 버린 아이들을 구해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신앙의 유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먼저 기초가 되는 것들을 확실히 가르쳐 신앙적 공통분모를 형성해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하나님을 인생의 주관자요 창조주로 인정하고, 예수를 닮는 것이 신앙의 본질임을, 성령의 음성에 따라 사는 것이 진정한 성공임을 믿음으로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윤리적 기준을 따르고 정직과 성실, 공존과 협력이 기독교적인 가치관 안에 있음을 알고,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야함을 인식해야 합니다. 당연한 것 같은 이러한 가치관들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 있으면 이 사실을 감지하기 힘들지만 대학가나 직장에 나가보면 이런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견고한 신앙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쉽게 세상의 물결에 휩쓸리게 됩니다.
컴퓨터를 장만할 때 보통 기본 사양이 좋은 것을 선택해야 업그레이드가 쉽습니다. 기본이 되는 CPU나 마더 보드를 저사양으로 구입하면 다른 것들을 추가해도 기본 사양이 좋은 컴퓨터를 따라 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비슷합니다. 좋은 신앙의 유산을 물려받아 신앙의 기본이 잡혀있는 사람은 신앙 성숙에 어려움이 없지만 기초 생활이 엉망이었던 사람은 회심 이후에도 하나님 앞에 씨름해야 할 부분이 많아 신앙성숙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우리는 신앙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죄가 많은 곳에 은혜가 더한다는 말로 회심 이전의 생활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선 대부분의 급격한 회심자들은 오랜 악습들을 끊어 버리기가 어려워 좌절과 낙망을 경험하게 됩니다. 제 아내는 목회자 가정에서 자라나 기독교적 가치관과 좋은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반면 저는 신앙이 없는 아버지의 핍박 속에 교회를 다니다가 청년의 때에 회심을 경험했습니다. 결혼 전에는 신앙에 좀 더 열심이 있었던 제가 영적으로 더 성숙한 줄로 알고 있었는데 결혼 후 생활에서 부딪혀보니 여러모로 아내가 더 안정적인 신앙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도와 말씀으로 사투를 벌여야 하는 부분을 아내는 이미 갖고 있어 씨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각자의 기준에 따라 살라고 일임합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이 정도만 하시면 됩니다'하는 저렴한 사양이 아닌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하나님의 기준이 기초가 되는 사양을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 중 누가 좋은 것을 놔두고 저렴한 사양을 모델로 하겠습니까?
사회 변화는 가정에서 시작되고 자녀의 신앙 수준은 부모의 신앙 유산에 따라 그 출발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에 와서 고생하시는 부모님들은 부와 교육이라는 두 가지 혜택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나님의 왕국 드림을 가진 부모는 신앙의 유산을 물려줌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하나님의 일꾼을 길러낼 것입니다. 가정에서 가정예배를 드리고 십일조를 지키는 본을 보임으로써, 이웃을 위해 중보하며 구제를 실천함으로써 자녀들에게 하나님 중심성과 이웃사랑의 유산을 물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전성우 전도사, 달라스중앙연합감리교회 TX 올린날: 2009년 10월 13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