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不便)하신 하나님
"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내가 일러주는 산에서 그를 번제물로 바쳐라." (창22:2)
어릴 때부터 저에게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잘 믿으면 손해를 볼 것 같은 두려움,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하고, 큰 집 제사 때는 맛있는 것 동생들에게 양보해야 할 것 느낌말입니다. 그래서 잘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생 손해 보면서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두렵고 싫었습니다.
더구나 사랑하는 외아들을 제사로 바치라는 하나님은 더욱 싫었습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빼앗아가는 하나님은 왜 빼앗아 가시려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그런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라시면서 왜 바치고, 양보하고, 손해 보라는지...
세월이 한참이나 흐른 뒤, 아들까지 보내고 난 지금에 와서야 깨닫습니다. 하나님이 가장 중요한 것을 빼앗아 가시는 것은 정말 필요한 것,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주시기 위해서라는 것을. 사람은 모름지기 "하나님의 품에 안기기까지는 평안함이 없는 존재"(어거스틴)이기 때문에 하나님 아닌 그 어떤 것이 내 마음을 지배하는 원하는 것 다 가져도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생 안 먹고 안 입고 절약한 돈을 침대 밑에 깔아두고 써보지도 못한 채 숨을 거둔 어느 거부처럼, 중요하다고 착각한 잘못된 대상에다 인생을 걸고 한 평생 에너지를 거기에다 쏟으며 살아갈 무익한 위험에서 건져내기 위한 하나님의 배려였습니다.
하나님 외에는 채울 수 없는 비어 있는 그 자리'에 세상의 욕망으로 채우면 채울수록 고독의 심연으로, 깊은 허무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이것을 아신 하나님은 내 손에 든 귀한 것, 이삭까지도 내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비울 때 빈 손 빈 모이 되었을 때에라야 하나님은 비고 비인 그 자리에 당신의 은총으로 채워주셨습니다. 내놓으라는 것은 더 좋은 것, 내게 꼭 필요한 것을 주시려는 당신의 크신 배려이셨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내 놓으시라 하시면 아쉽고 안타깝고 고통스럽지만 이젠 더 좋은 것 주실 줄 믿고 내놓습니다. 더 소중한 것 주시려고, 내게 꼭 필요한 것을 주시려고 내 생각에 중요한 것을 내놓으라 하실 땐 불편하지만 이젠 기꺼이 감수합니다. 불편한 진실을 믿음으로 받습니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 내려놓은 지금 어디로 갈지 막막합니다. 하지만 하나님 자리에서 이삭을 내려놓은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은 이삭도 잘 살고 아브라함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길을 보여 주셨습니다. 나는 믿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축복된 길이 앞으로 전개될 것임을...
하나님을 믿는 일은 불편한 길이고, 위험천만한 일이고, 끊임없이 자신을 내려놓아야 하는 십자가의 길이지만, 결국 부활의 아침은 밝아 올 것입니다. 우리의 예상과 기대를 넘어서서 다가오시는 분이시기에 감당키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내가 알지 못하고 상상할 수 없는 크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을 믿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을 미루어 짐작컨대 내 주님은 나로 하여금 푸른 초장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이제 보니 내게도 믿음이 생기나 봅니다. 비로소 믿음의 세계로 들어가나 봅니다.
양심의 가책도 느끼게 하시고, 끊임없이 내 생각과 가치관을 흔들어 놓으시고, 새롭게 나를 바꾸어 가시는 하나님, 이만하면 됐다싶어 안주하려 하면 이내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내시며 나를 불편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었으며, 내게 소중한 것들을 요구하실 때마다 여전히 불편하지만, 그 다음을 기다리며 소망 중에 즐거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의 말씀이다. 네가 이렇게까지,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 아끼지 않았으니, 내가 반드시 너에게 큰 복을 주며, 네가 나에게 복종하였으니, 세상 모든 민족이 네 자손의 덕을 입어서, 복을 받게 될 것이다." (창 22:16-18)
"주님의 한결같은 그 사랑이 생명보다 더 소중하기에, 내가 입술로 주께 영광을 돌립니다. 이 생명 다하도록, 주님을 찬양하렵니다. 이 몸이 주님 뒤를 가까이 따르니, 주의 오른손이 나를 꼭 붙잡아 주십니다."(시편63편)
글쓴이: 홍석환 목사, 북부보스턴한인연합감리교회 MA
올린날: 2009년 9월 24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