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어 사도신경에는 '지옥에 내려가셨다'는 구절이 빠져있습니까?
어느 집사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영어성경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후 지옥에 내려가셨다(descended into hell)는 표현이 들어 있는데, 왜 한국어 사도신경에는 그 구절이 빠져있습니까?" 독자들 중에 이와 비슷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이 지면을 통해 간단하게 설명 드리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구절이 가톨릭의 연옥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국 선교 초기 개신교 신학자들이 그것을 삭제해버린 것이다. 현재 다른 언어권에서는 가톨릭이건 개신교이건 구분 없이 모두 그 구절이 들어간 형태의 사도신경을 사용하고 있고,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도 사도신경에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지옥에 내려가셨다"는 구절이 빠진 형태의 사도신경은 한국 개신교회만 사용하고 있는 셈이 된다.
사도신경은 2세기 말 로마교회에서 기원하는 것으로써, 니케아신경과 더불어 개신교와 가톨릭이 모두 진리로 받아들이는 대표적인 신앙고백이다. 사도신경은 주로 세례식 때 세례 받는 사람이 교인들 앞에서 암송하는 문구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확대되는 과정을 거쳤는데, "지옥에 내려가셨다"(descendit ad inferna)라는 특정 표현은 약 6세기경에 삽입된 내용이다. 정확히 어떤 근거로 이 구절이 삽입되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으나, 초대교회 사람들이 예수님이 부활하시기 전 사흘 동안 지하세계에 내려가 계셨다고 믿었던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추측된다. 초대교회 당시 유대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선한 자나 악한 자나 모두 스올(Sheol)이라는 곳으로 간다고 믿었고, 로마인들은 모두 저승세계(Hades)로 간다고 믿었다. 따라서 예수님이 인간이 경험하는 죽음을 똑같이 경험하셨다면, 상식적으로 볼 때 예수님도 당연히 모든 사람이 가는 스올이나 저승세계로 가셔야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내용은 이미 신약성서에도 발견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베드로전서 3:19와 4:6을 들 수 있다. "그가 또한 영으로 가서 옥에 있는 영들에게 선포하시니라." "이를 위하여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 이는 육체로는 사람으로 심판을 받으나 영으로는 하나님을 따라 살게 하려 함이다." 이 구절은 예수님이 악한 사람만 가는 지옥을 방문하셨다는 말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죽으면 가는 저승세계를 방문하셨다는 말이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이것을 연옥 혹은 림보(limbus patrum)의 존재를 증명하는 구절 중 하나로 여기면서,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사흘 동안 그곳에 가서 사람들에게 설교했다고 가르친다. 즉 예수님 이전 시대에 태어나서 미쳐 복음을 들을 기회를 얻지 못한 구약의 의인들에게 예수님이 사흘 동안 구원의 소식을 전하고 세례를 베풀었다거나, 아니면 사탄의 영역에 몰래 침투해 들어가서 그곳을 점령하고 그곳에 잡혀 있는 영들을 천국으로 이끄셨다는 것이다. 반면에 어거스틴 같은 사람은 예수님이 영으로 설교한 것이 예수님 당시가 아니라 노아의 시대라는 것이다. 즉 예수님이 이미 노아시대에 노아의 입을 통해 구원의 설교를 하였지만 "영적으로 옥에 갇힌" 사람들이 그것을 거부함으로 모두 홍수의 심판을 당한 사건을 이 성경구절이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편 근대에 와서는, 에녹전서를 비롯한 유대 묵시문학에서 창세기 6:1-4에 설명된 타락한 천사가 "옥에 갇힌" 영들로 설명되는 것에 근거하여, 위의 베드로전서의 구절은 예수님이 지옥에 내려가셔서 타락한 천사들에게 영원한 심판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내용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가톨릭교회는 위의 베드로전서의 구절을 연옥과 관련하여 해석하고 그 내용이 "지옥에 내려가셨다"는 사도신경의 구절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고 주장하지만, 개신교에서는 그것이 연옥과는 아무 상관없이 타락한 천사들에 대한 심판의 메시지일 뿐이라고 해석한다. 아니면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잠깐 기절했다가 나중에 살아나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죽으시고 모든 인간이 가야 하는 스올/저승세계로 내려가셨다는 의미로 그것을 해석한다. 전 세계 개신교회에서는 이 구절을 그런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기에 그것을 사도신경에 보존하여 사용했지만, 한국 개신교회는 그런 해석 방법을 택하는 대신 연옥에 관련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그 구절을 사도신경에서 삭제했던 것이다. 글쓴이: 홍삼열(Samuel Hong) 목사, 밴나이스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09년 7월 20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 |